구글이 미국 증시 상장 20돌을 맞았다. 실리콘밸리의 신생 기업이었던 구글은 현재 시가총액 2조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시장 독점 논란으로 강제 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04년 8월 19일 나스닥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회사를 설립한 지 6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당시 공모가는 85달러(액면분할 후 2.13달러)로 책정됐고 첫 거래일에 100.34달러로 마감했다. 이후 20년 동안 구글은 세계 최대 IT 기업의 반열에 올랐고 회사 주가 역시 가파르게 불어났다. 이날 알파벳 클래스 A주의 종가가 166.67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약 7700%에 이른다. 이 기간 시가총액도 272억 달러에서 2조 620억 달러로 100배 가까이 불어났다. WSJ는 “구글 주식은 액면분할을 거쳤기 때문에 과거와 오늘날의 주가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공개(IPO) 가격으로 클래스 A주에 1000달러를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배당금 포함 시 약 7만 6700달러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의 상장은 IPO 시작 단계에서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공모가를 확정할 때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을 거치는 통상적인 과정을 피하는 대신 소액투자자 경매 방식의 IPO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에 대한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점도 부정적인 견해를 부추겼다. 회사 측이 생각한 공모 가격이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구글은 지난 20년간 유튜브, 픽셀 스마트폰,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IT 전반에서 굵직한 성과를 쏟아냈다.
올 들어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법원에서 검색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고 판단해서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사업 부문 해체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글의 미래 성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CNBC는 “구글은 미국 등 규제 기관으로부터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생성형 AI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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