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결정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하고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지 20일로 반년이 흘렀다. 정부가 전격적으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선언하며 시작된 의정갈등은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등 마찰을 낳았고,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의료공백과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이다.
갈등이 장기화하며 당장의 의료현장 공백은 물론 내년도 의사 수급까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을 의료현장의 ‘뉴노멀’로 상정하고 이 기회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비롯한 의료개혁 의제들을 계속 추진할 기세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난 2월 20일 집단으로 현장을 떠났고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는 상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등 처분을 내리겠다면서 기계적 법 적용을 강조했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정부는 처분 철회와 함께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은 전체 모집인원 7645명 중 125명만 지원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5'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지원자가 42%를 차지했다.
의대생들도 의사 국시 접수를 거부했다. 지난달 의사 국시 마감 결과 응시 대상 3200여명 중 364명만 원서를 냈다. 이 중 의대생은 159명뿐이었다.
이에 의사 배출이 밑바닥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매년 3000여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끊기는 것은 물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내년 전문의 배출도 거의 없을 판이다. 군대와 농어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군의관, 공중보건의(공보의)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의사 수급 자체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원 인력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인력 중심 구조의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비중증 진료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이날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그간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해 진료량을 늘리면서 수익을 낸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변형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전문의와 PA 간호사 인력의 업무 재설계로 인력 확충 부담을 덜려 한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진료면허(가칭)'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는 의사면허와 별도로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자격이 주어진다. 강슬기 의료인력혁신과장은 “과거에 2011년쯤부터 대한의학회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도 수련 제도와 연계해 진료면허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자 등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의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전공의들은 그때가 되면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헌신을 갈아 넣어 근근이 6개월을 버텨 왔다. 정부는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 나가고 정책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하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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