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연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임’은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첨단산업 국가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 모임에는 공동대표를 맡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과 유동수·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명이 참여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첨단산업 국가 전략에 초당적 여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의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하는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5년간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쏟아붓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자국에 공장을 짓는 대만 TSMC에 10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비투자 시 세액을 공제해주는 간접 지원에 머무르고 있고, 이를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조차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정치권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 이제라도 K칩스법의 일몰 연장은 물론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여야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등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를 내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속세·법인세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면 세제를 경쟁국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 2% 선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저성장 장기화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노동·연금·교육 3대 구조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출렁대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장기 유예도 검토해야 한다. 여야가 합심해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에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표를 노려 현금을 나눠주는 식의 포퓰리즘 타협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감안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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