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상위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 심화, 스타트업 플랫폼 창업 환경 위축, 국내외 업체 간 형평성 저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티메프 사태 긴급 좌담회에서 “티메프에 한정된 문제로 모든 e커머스 플랫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은 정상적인 외양간을 때려 부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e커머스 업체를 포함시키고 백화점·대형마트보다 더 짧은 판매 대금 정산 기한 준수 및 대금 별도 관리 등의 의무를 플랫폼에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 개정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거래에 비해 짧은 정산 주기를 전자상거래에 적용하면 수많은 중소 플랫폼이 재정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창업 환경 위축을 우려했다. 최 교수는 “티메프 사태로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은 플랫폼으로 구매 선호가 몰리고 있는데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이런 추세가 더 공고화할 것”이라며 “에스크로 시스템은 소형 신규 사업자에게는 시장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업자와의 형평성 저해 문제도 지적됐다. 이동익 선운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법(온플법) 제정을 통한 포괄 규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가 중복된 측면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자국 플랫폼이 사라지면 디지털 주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제언도 나왔다. 박정서 김앤장 변호사는 “법률에는 굵은 줄기의 방향만 담고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 법령에 담되, 일몰 규정을 넣어서 재점검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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