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전세사기피해자구제특별법에 합의한 데 이어 21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등 11건의 법안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협의 처리하며 뒤늦게 민생 챙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3개월 동안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던 국회가 최근 ‘이견 없는 민생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협치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산자중기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올해 말까지인 소부장 특별회계 유효기간을 5년 더 연장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소부장 특별법’을 처리했다. 또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해 가스 도매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요금 감면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과 위탁 기업이 수탁 기업의 기술 자료를 유용할 시 이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법’ 개정안 역시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비쟁점 법안이지만 양측 간 대치 국면이 길어지며 심사가 지연됐다.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최대한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쟁점이 적거나 합의 가능한 것들 위주로 안건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산자중기위를 통과한 11개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역시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1대 국회에서 야당은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현금성 구제 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각각 발의한 특별법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세 차례에 걸쳐 협의한 뒤 대안으로 의결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 인정 요건인 임차 보증금 한도를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하는 등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법안 의결 직후 “공식 회의뿐 아니라 간사 간 물밑에서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있었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로 가는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향후 특별법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족한 문제들도 이번처럼 협치에 기반해 개정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간호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법안소위원회를 연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구하라법)’도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해 법사위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건은 이행 속도라는 지적 또한 나온다. 이달 19일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 올라온 법안만 해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쟁점 법안을 포함해 총 56개나 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만나 쟁점이 없는 법안과 상임위원회별 심사를 독려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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