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그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이광우 부장판사)는 22일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낸 30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최 회장과 공동하여 노 관장에게 20억 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 판결했다. 앞서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김 이사장이 최 회장과 교제하면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고 정신적 고통도 받았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 회장의 부정행위와 혼외자 출산,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의 공개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 관장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기 때문에 김 이사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 측이 내세운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이사장 측은 변론 과정에서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노 관장에 있는 점, 시효가 소멸했다는 점 등을 들어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부부는 정신적 육체적 공동체로 혼인과 가족생활은 헌법에 의해 보장돼 있다”며 “제3자가 부부 공동 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요지를 방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은 원칙적 불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소멸시효 기산점은 재산상 이혼의 경우 이혼시점 확정시부터 시작이다”며 “이혼 소송이 상고심 진행 중이고 소멸시효 기산점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데 있어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인 기간, 혼인 생활 과정,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상태, 선행 이혼 소송의 경과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행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고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 책임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으로서 부진정 연대채무관계에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생 생활의 경위과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김 이사장의 책임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최 회장과 비교해 특별히 달리 정해야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진정 연대 채무는 여러 명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무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하고, 그 중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채무를 이행하면 모든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는 다수 당사자의 채권 관계다.
판결 직후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수정 변호사는 “원고와 자녀들이 겪은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치유가 될 수 없다”며 “무겁게 배상 책임을 인정해주신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이사장 측 대리인인 배인구 변호사는 “김 이사장은 이유 여하를 떠나 노 관장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이사장과 가족들은 이미 10여 년 동안 치밀하게 만들어진 여론전과 가짜뉴스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도가 지나친 인격살인은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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