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주차장.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승한 현대자동차 연구원이 엑셀을 힘껏 밟았지만 차량은 꿈쩍하지 않았다.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능이 전방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고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운전자가 가속패달을 잘못 밟아 보조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경고 문구가 나왔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된 PMSA는 현대차그룹이 최초로 적용한 기능이다.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고령이나 미숙한 운전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저속 주행상태에서 가속패달을 0.25초 이내로 빠르게 밟을 경우 패달 오조작으로 보고 활성화된다.
경차 돌풍을 일으켰던 캐스퍼가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돌아왔다. 전동화 전환과 함께 체급을 올렸으며 PMSA 등 안전 기능도 두루 갖췄다. 성능과 ‘가성비’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여유로운 실내공간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캐스퍼보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230㎜, 15㎜ 늘어났고 축간거리도 180㎜ 길어졌다. 특히 뒷좌석 착좌 위치를 80㎜ 뒤로 미뤄 넉넉한 레그룸을 제공한다. 성인이 앉아도 주먹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였다. 아울러 ‘차박’ 수요도 고려해 전좌석이 한면으로 펴질 수 있도록 하는 ‘풀플랫’도 실현했다. 서핑보드나 소형 냉장고도 탑재가 가능한 수준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49kWh(킬로와트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 84.5kW, 최고 토크 147Nm이다. 아이오닉 라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기존 평가와는 달리 실제로 가속 패달을 밟는 느낌은 뛰어났다. 낮은 무게 중심을 통해 중심 잡힌 가속감이 느껴졌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 중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자 고성능 차량의 다이내믹까지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다소 차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체급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날 시승회에서 현대차는 30분 가량을 할애해 캐스퍼 일렉트릭의 안정성을 설명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 포비아’ 확산에 대한 조치다.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 개발실 실장은 "수년 전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를 통해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며 "배터리 개발 공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했고 이를 통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HLI그린파워)가 생산한 배터리를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과거 휴대폰에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유선 전화 시대로 돌아가진 않았다"며 "전기차는 반드시 오는 미래이며 캐스퍼 일렉트릭엔 합리적 가격에 우수한 성능과 품질을 확보한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자신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까지 적용하면 2990만 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 기준 보조금을 받으면 2300만 원대, 보조금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선 1900만 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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