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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먹고 10㎏ 쪘다” 속설 진짜였나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편견 많은 정신과 약물…치료 진입장벽 높이기도

항우울제 등 일부 약물, 실제로 체중증가에 영향

항우울제·항불안제 동시 복용, 20대 남성은 더욱 취약

치료 기피보단 부작용 미리 숙지하고 대처하는 게 현명

배우 박보영(왼쪽)은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 근무하는 3년차 간호사 다은을 연기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우린 모두 낮과 밤을 오가며 산다. 그렇듯,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작년 말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기억하시나요? 드라마 마지막화는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한 3년차 간호사 다은 역을 맡은 배우 박보영의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됩니다. 제 지인들은 대부분 이 엔딩 부분을 명장면으로 꼽더라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정신질환자는 38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겠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건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인 주인공도 우울증을 앓는 설정이 한 몫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드라마의 원작 웹툰 작가는 실제 한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6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퇴사 후 취미로 작업하던 웹툰을 그리며 힐링과 위로를 얻었다는 후일담을 들으니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욱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약을 먹는 순간 진짜 정신병자가 되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정신과 약물에 대한 편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여겨졌거든요. 우울증부터 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한 여러 질환은 약물치료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약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가장 심한 분야이기도 하죠. 실제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되고 평생 못 끊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점은 치료의 문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지목됩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도 그 못지 않은 논란을 몰고 다니죠.

이미지투데이




결론부터 얘기하면 틀린 얘기만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정신과에서 처방되는 몇몇 약물은 부작용으로 체중증가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조현병 또는 조울증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가 대표적인데요. 약물설명서에도 ‘단기간 복용 시 약 7%, 장기간 복용 시 25%의 체중증가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돼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학설이 거론되는데 현재로선 식욕억제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기전이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복용 초기에 체중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에게 이 점을 안내하고 필요 시 처방 변경을 고려하도록 권고됩니다.

그런데 최근 정신과 약물과 체중증가의 연관성을 확인한 새로운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이 2009~2019년 10년간 국가건강검진을 2회 이상 받은 19~39세 성인 79만 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체중이 증가할 위험이 더욱 높다고 나타났습니다. 두 약을 동시에 복용한 환자군은 체중이 연간 10㎏ 이상 증가할 위험이 4.1%로 가장 높았고 항우울제 복용군 2.9%, 항불안제 복용군 2.4%, 미복용군 1.7%의 순이었죠.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어 흥미롭습니다. 남성의 경우 체중이 연간 10㎏ 이상 증가한 비율이 항우울제·항불안제 동시 복용군 4.5%, 항우울제 복용군 3.0%, 항불안제 복용군 2.5%, 미복용 군 1.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비해 여성은 동시 복용군 3.7%, 항우울제 복용군 2.8%, 항불안제 복용군 2.2%, 미복용군 1.4%로 남성보다 대체로 낮았죠. 연령별로는 30대보다 20대에서 체중증가 위험이 더 컸습니다.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동시에 복용했을 때 연간 10㎏ 이상 체중이 증가한 비율이 20대는 5.4%, 30대는 3.5%였죠.

종합하면 20대 남성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사용으로 인한 체중증가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셈입니다. 물론 체중이 불어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부작용을 알고 있다는 건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잖아요? 부작용 만큼 강력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허연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도 “젊은 성인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복용할 때 체중 증가의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체중변화를 유심히 살피면서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상의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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