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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에 까만 점, 알고보니…“피부암, 한국인도 예외 없다”[메디컬 인사이드]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서양인에 흔하다고 알려진 피부암, 동양인에서도 증가세

20년새 국내 피부암 환자 7배 급증…고령층 발생률 높아

악성흑색종, 5년생존율 64%… 조기진단, 치료성적 좌우

다학제 진료로 암 재발 막고 기능 보존하는 최적방법 모색

이미지투데이




“수술 전과 달라진 점이 많으시죠? 거동하시는데 익숙해지실 때까지는 아드님이 많이 도와주셔야 할 거예요.”

“예,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한 번씩 손을 쳐다보면 속상한 마음도 들지만 병을 고치고 손가락도 이만큼 살 린 게 어디냐 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올 초 외래진료실을 찾은 70대 김 모 씨와 보호자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김씨는 암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관찰 중이었는데, 권 교수는 “수술 받은 곳 외에도 손가락, 발가락 사이나 두피 등 몸에서 잘 안 보이는 부위까지 구석구석 관심을 갖고 자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손톱 밑에 생긴 까만 점을 발견한 건 4~5년 전쯤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거칠어지고 곳곳에 검버섯, 잡티가 늘어나고 없던 점이 갑자기 생겨나던 경우가 많은 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새 점 크기가 조금씩 커졌고 이따금 피가 났다. 김씨는 우연히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가 ‘악성 흑색종’이 림프절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 동양인이 웬 피부암? 20년새 7배 늘었다


흑색종은 피부와 눈의 색을 나타내는 멜라닌 색소를 생산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기원하는 피부암이다. 국내에서는 한해 새롭게 진단되는 환자가 600~700명 남짓이라 흔치 않은 편이지만 피부암 가운데 가장 악명이 높다. 권 교수팀이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토대로 피부암의 유형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악성 흑색종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015~2019년 기준 63.0%에 그쳤다. 생존율은 1996~2000년 기록했던 47.8%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흑색종 환자 3명 중 1명은 진단 후 5년을 넘기지 못한다. 피부암 중 가장 흔한 기저세포암의 5년 생존율이 100%를 넘고 편평세포암이 90%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흑색종은 뼈나 뇌, 척수 같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질수록 예후가 나쁘다. 흑색종이 국소적으로 발생해 광범위 절제술로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8% 이상으로 높지만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면 65%,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25% 미만으로 떨어진다.

1999-2019년 피부암 종별 환자수 추이. 사진 제공=강동경희대병원


문제는 고령화와 함께 어느 나라든 피부암 발생률이 2배 이상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 교수는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유전자 정보가 담겨 있는 DNA에 손상을 입혀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며 “자외선B(UVB)가 직접 DNA의 변성을 일으키고, 자외선A(UVA)는 활성산소를 생성해 피부 노화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DNA를 손상시켜 발암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자외선이 누적돼 피부암 발생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권 교수팀이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피부암 환자는 1999년 1255명에서 2019년 8778명으로 20년새 약 7배 늘었다. 특히 악성 흑색종·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 없던 점 생겼다면 유심히 살펴야…‘ABCDE 룰’ 기억하면 조기발견에 도움




흑색종은 손·발가락이나 발바닥·얼굴·등·정강이 등에 잘 침범한다. 손톱 아래에 세로로 까만 줄이 나타나는 것도 흑색종 의심이 필요한 증상 중 하나다. 반점이나 결절로 보여 검은 점과 유사하지만 병변이 대칭적이지 않고 경계가 불규칙한 것이 특징이다. 색깔이 다양하고 직경이 0.6㎝ 이상인 경우, 점이 있는 부위가 가렵고 헐거나 원래의 모양에서 더 커지면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 피부암은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조직학적 아형과 침범 깊이, 전이 유무 등을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하는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병변과 주위 경계부위를 잘라내는 외과적 수술이다. 과거 손·발톱에 발생한 흑색종은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생 부위의 뼈마디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이 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종양 두께와 재발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최대한 손가락, 발가락의 기능을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강동경희대병원은 피부과 외에도 종양내과·영상의학과·병리과·핵의학과 등 유관부서의 전문의가 팀을 이뤄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다학제 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암환자와 가족들이 이러한 과정에 동참하고 환자가 직접 치료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니 치료과정이나 결과를 받아들이기도 한결 수월하다. 김씨의 경우 손바닥뼈까지 제거해야 할지를 두고 의료진들의 고민이 깊었다. 다양한 진료과목 전문의들이 논의한 끝에 손톱 아래 손가락 두 마디만 절제한 다음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학제팀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은 김씨와 가족들이 동의하면서 일사천리로 치료가 진행됐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피부암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동경희대병원


흑색종을 포함해 대부분의 피부암은 진단 시점에 따라 예후와 수술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같은 암이라도 일찍 발견할수록 수술 범위가 작아지고 기능적 혹은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낮다.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접하는 권 교수는 “어떤 암이든 조기발견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조언한다. 피부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피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핵심이다. 그는 “피부에 궤양 같은 점이 있는지, 발바닥이나 손톱 같이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검은 점이 생겼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피부암이 주로 고령의 얼굴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부모님의 얼굴에서 이상한 점, 혹은 낫지 않는 상처가 보이면 일찍 피부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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