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극적인 첫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 순수한 마음으로 교토국제고를 도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도 이번 우승 소식에 함께 기뻐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간토다이이치고와의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10회 연장 승부 끝에 2 대 1로 승리했다. 1999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이뤄낸 쾌거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그 뿌리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으며,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전교생은 160명에 불과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고 권위 대회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뤄낸 교토국제고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이 감동적인 스토리에 한국 프로야구 KIA 구단도 일조했다.
KIA 구단은 올해 2월 우연한 계기로 교토국제고와 인연을 맺었다. 심재학 KIA 단장이 일본 고치현의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방문했다가 교토국제고의 열악한 상황을 전해 들었다. 후원 부족으로 찢어진 공을 재활용해 사용한다는 이야기에 심 단장은 귀국 후 연습구 1000개를 모아 보냈다.
교토국제고 출신인 두산 베어즈 2군 전력분석원 신성현은 "훈련장 여건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웠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KIA의 배려에 감사한 교토국제고는 구단에 감사 편지와 함께 3월 봄 고시엔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교토국제고와 KIA의 인연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KIA 구단은 앞으로도 교토국제고에 훈련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승리를 넘어 재일동포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닌다. 오랜 시간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재일동포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안겨준 것이다.
이번 사례는 스포츠를 통한 국제 협력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한국 프로구단의 작은 도움이 일본의 한국계 학교를 돕고, 그 학교가 일본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는 과정은 양국 간 스포츠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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