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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트럼프와 푸틴의 배후에 ‘극우 전통주의’ 있다

■영원의 전쟁 (벤저민 타이텔바움 지음, 글항아리 펴냄)





최강의 국가 지도자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주장을 하는 유사 종교의 지배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아주 위험한 종교적 신념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일이 정말 서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신간 ‘영원의 전쟁(원제 War for Eternity)’은 주장한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미국과 러시아의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에는 극단적 우파 사상이 지난 수백 년 간 은밀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흔히 영어 대문자 ‘T’로 흔히 표기되는 ‘전통주의(Traditionalism)’다. 전통주의자들은 현대성과 관련된 모든 것에 맞서려는 이들이다. 이성을 비판하고 세계화에 반대하며 진보를 혐오하고, 민족주의를 찬양한다. 최신 기술이 아닌 오랜 종교적 가르침을 배워야 한다거나, 물질주의적 노예 위에 소수의 영적 엘리트 사제들이 있다는 위계적 가치를 믿는다.

알렉산드르 두긴 /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두긴 / 연합뉴스


스티브 배넌/ 연합뉴스


스티브 배넌/ 연합뉴스


터무니없이 보이지만 저자는 스티브 배넌(71)과 알렉산드르 두긴(62)이 모두 극우 전통주의자라고 주장한다. 모두 익숙한 이름이다. 배넌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권좌에 올린 전략가이고 두긴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으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사상적 계보를 보면 배넌과 두긴의 앞에는 르네 그농(1886~1951)이 있다. 힌두교에 뿌리를 둔 ‘전통주의’를 체계화한 인물이다. 그의 사상은 이탈리아 남작 출신 율리우스 에볼라(1898~1974) 등이 계승했고, 오늘날 배넌과 두긴에게 이어졌다. 배넌과 두긴은 2018년 11월 로마에서 비밀 회동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배넌과 두긴은 자신들의 대변자를 만나면서 국가정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력을 키웠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해외에서 일자리 되찾아오기’, ‘이민자 유입 줄이기’, ‘해외 참전 중단’ 3가지는 모두 배넌이 조합해 놓은 메시지라고 한다.

저자는 콜로라도대 민족음악악 교수이자 인류학자다. 유럽 급진 극우파를 연구하다가 결국 배넌과 두긴에게 다가갔다. 책은 미국에서 2020년에 출간됐지만 현재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지, 푸틴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배넌은 2017년 8월 트럼프의 사위와 딸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 백악관을 떠났고 현재 의회모독죄로 수감 중이다. 두긴은 아직 건재하지만 2022년 폭탄 테러로 딸을 잃었다. 1만 9800원.

스티브 배넌과 두긴/ 사진 제공=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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