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펑크’가 23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권성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수추계팀장이 추산한 올해 국세 수입은 344조 1000억 원으로 올해 세입예산인 367조 3000억 원에 비해 23조 2000억 원이 부족하다. 지난해 56조 원의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결손이 예상돼 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기업들의 경영 악화로 법인세수가 급감한 데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소득세 수입도 감소했다. 조세연은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국세 수입이 1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내년 재정 상황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일시 대출을 받는 등 임시방편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한은에서 빌린 돈이 누적으로 91조 원을 넘었고, 6월 말 기준 갚지 못한 잔액이 19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291억 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 중 20조 원을 끌어다 쓰는가 하면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도 2500억 원을 빌려 썼다. 적자 국채 발행을 피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었지만 여기저기 급전을 끌어다 쓰는 식으로 나라 살림을 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라 곳간 사정이 악화되는데도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의 재투표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또 지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법을 재발의해 밀어붙이고 있다. 야당이 포퓰리즘 공세를 벌이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도 취약계층 지원을 명분으로 ‘선별적 현금 지원’을 저울질하고 있다. 재정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퍼주기 선심 정책은 배격해야 하는데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현시점에서는 더 자제해야 한다. 경제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가 지속 가능한 서민 지원 대책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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