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디토(Ditto) 소비를 선정했다. '디토’는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제목으로 대중에 잘 알려졌다. 과거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남자 주인공의 사랑 고백에 여자 주인공이 “Ditto”라고 응답하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Ditto는 일상 대화에서는 ‘나도, 나도 그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특정 유명인이나 컨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하기도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 탁구선수가 경기 중 에너지 젤리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디토 소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주택 시장에도 디토 소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주택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거래의 단위가 크고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유명 연예인들을 따라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거나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고 이를 따라 주택을 구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의 ‘디토 소비’는 아파트 브랜드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강남 사세요? 전 OO에 살아요”라는 아파트 브랜드의 광고 카피처럼, 아파트 브랜드는 주택구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아파트 브랜드를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으로 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대 ‘대장 아파트’라는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가장 고가이면서 가구 수가 많고 미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대장아파트라고 부르는데, 이로 인해 지역을 넘어 ‘단지’ 단위로 부동산을 구분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나 대치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와 같이 복수의 아파트 단지를 줄여 말하는 것에 이어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 ‘경자(경희궁자이)', ‘아리팍(반포 아크로리버파크)'처럼 개별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줄여서 말하는 것도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주택 가격에서도 유명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은 전국 아파트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의 단지를 ‘선도아파트’로 정의하고 선도아파트에 속하는 단지들과 가격지수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검정색 점선은 KB선도아파트 50지수를, 붉은색 점선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뜻하는데 선도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일반 아파트 대비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아파트가 시장에서 더 선호되며 빠르게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부동산 가격변동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최근의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트렌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주택가격 변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투자 수익률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시장의 빠른 속도에 맞는 호흡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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