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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세계를 휩쓴 한국미, '전통'이 다는 아니다

■한국미의 레이어-눈맛의발견

안현정 지음, 아트레이크 펴냄





‘한국미’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가장 먼저 도자기, 한옥, 수묵화와 같은 ‘전통’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미’는 좀 다르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들은 양혜규, 서도호, 김윤신 등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에 주목하며 이들의 예술 세계를 기반으로 ‘한국미’를 탐구한다. 이쯤되면 오히려 한국인들이 묻게 된다. 도대체 ‘한국미란 무엇인가’.

국립민속박물관과 성곡미술관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박물관·미술관 1급 정학예사)으로 재직 중인 안현정은 한국미를 ‘이 땅에 살며 스미듯 이어온 한국인의 독특한 활력’이라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미는 과거에만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현재까지도 활발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독자적인 하나의 ‘장르’다. 안현정은 새 책 ‘한국미의 레이어-눈 맛의 발견’에서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지고 친숙한 문화재 26점을 26명의 현대미술 작가와 연결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한국미의 본질을 파헤친다. 저자는 우선 문화재를 도자기, 서화, 공예와 건축 등 3개 분야로 구분했다. 여기에는 순청자, 달항아리, 고려불화,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학습한 주요 문화재들이 두루 포함된다. 각 문화재는 해당 문화재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를 만한 현대미술 작가와 함께 소개된다. 스며드는 맑은 비색을 가진 순청자는 ‘담색 그림’을 그리는 김택상과, 흙으로 만든 인형인 신라 토우는 흙으로 폭포를 그리는 작가 채성필과 연결하는 식이다. 26쌍의 문화재-현대미술 작품은 그 연결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애초에 현대미술 작가가 해당 문화재를 보고 작업활동을 시작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개가 자연스럽다. 미술을 잘 아는 독자라면 무릎을 ‘탁’ 칠 만하고, 문화재는 익숙하지만 현대미술은 낯선 독자라면 금세 현대미술의 세계에 빠져들만큼 충분히 흥미롭다.



또한 저자는 책 곳곳에 ‘눈맛의 발견’이라는 ‘책 속의 책’을 삽입해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증폭 시킨다. ‘눈맛의 발견’은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일종의 ‘핵심 정보’로, 여기에는 오랜 시간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을 넘나들며 현업에서 활약해 온 저자의 경험적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컨대 최근 국가유산청이 국보와 보물의 지정 번호를 없애겠다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배경, 현존하는 어진이 5점뿐인 이유, 동양화를 감상할 때 알아두면 좋을 기본 상식 등을 ‘눈맛의 발견’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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