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바람 등 변수가 많은 골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플레이가 필수다. 특히 압박감이 크고 코스가 까다롭게 조성되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타수를 잃지 않는 게 타수를 줄이는 것 못잖게 중요한 능력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무 번째이자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총상금 17억 원)에서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이 뚝심 테스트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박지영은 투어 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플레이가 견고한 선수다.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의 컷 탈락도 없이 7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나흘 내리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메이저 왕좌에 올랐다.
25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박지영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그는 2위 황유민(21·롯데·10언더파)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앞서 5월까지 시즌 2승을 거둔 박지영은 맹장염 수술과 회복으로 한 달 정도를 쉬어야 했다. 재활 과정에 대해 박지영은 “수술 후에 컨디션이 올라오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활 운동을 하는데 생각보다 몸이 안 따라줘서 많이 울었고 ‘앞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며 “(재활 운동) 선생님 덕분에 잘 극복해서 이 자리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 이예원(21·KB금융그룹)과 나란히 3승 고지에 오른 그는 주요 타이틀 경쟁에 불을 지폈다. 거액의 우승 상금 3억 600만 원을 받은 박지영은 시즌 상금 9억 5610만 원을 쌓아 1위 박현경(9억 5985만 원)에 375만 원 차 2위로 따라붙었고, 대상 포인트에서도 2위(374점)에 올라 박현경(410점)을 추격했다.
이날 선두 이예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지영은 4번(파5)부터 6번 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떨어뜨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후반 11번(파4)부터 14번 홀(파4)까지 2개씩의 버디와 보기를 맞바꾸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으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어 놓았다. 이후 3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낸 박지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40cm 거리에 딱 붙여 3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투어 통산 10승째를 지난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이은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로 화려하게 장식한 순간이었다.
황유민은 뒷심이 아쉬웠다. 지난주 끝난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연장 끝에 배소현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던 황유민은 2주 연속으로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전반 5번 홀(파3)까지 버디 3개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후반 들어서는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잃었다. 1억 8700만 원의 준우승 상금을 받아 상금 랭킹 7위에서 3위(8억 477만 원)로 점프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첫날부터 3라운드까지 선두 자리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렸던 이예원은 5타를 잃고 단독 6위(6언더파)로 마쳐 상금 순위에서 4위(7억 8264만 원)로 한 계단 밀렸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인 박현경은 4언더파 공동 7위로 마감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퀸' 하라 에리카(일본)는 처음 출전한 KLPGA 투어 대회에서 공동 31위(1오버파)를 기록했고, 프로 데뷔전에 나선 이효송(16·하나금융그룹)은 13오버파로 출전 선수 61명 중 공동 59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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