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하라법·전세사기특별법 등 10여 개의 민생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비쟁점 법안을 최대한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의결을 마쳤고, 법제사법위원회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구하라법’을 소위에 회부했다. 저출생 대응 법안 중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고용보험법 등도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가 합의로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는 이를 계기로 거대 야당의 입법·탄핵 폭주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복되는 쳇바퀴 대치 정국을 극복하고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당장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유예 또는 폐지를 여야가 합의해 증시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에 힘을 실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우왕좌왕하는 당내 입장을 속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상화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폭 낮춰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장기 실거주 1주택자 과세를 폐지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
26년간 ‘폭탄 돌리기’로 방치해온 국민연금 개혁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민 공감대 형성과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본격 추진해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국정 브리핑을 열어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연금 개혁안 골자를 직접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2%)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므로 지속 가능한 연금 체제를 만들려면 보험료율을 더 올리는 개혁을 해야 한다. 기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과도하게 돈을 받아 가고 부담은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구조도 바꿔야 할 때다. 22대 국회가 무한 정쟁을 멈추고 일부 민생 법안 처리에 이어 연금·세제 개혁 관련 법안 처리에서도 접점을 찾아야 ‘최악 국회’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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