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로 의료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1%의 찬성으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노사 간 조정이 실패하면 노조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 ‘빅5’ 대형병원 노조는 파업에 불참하기로 했지만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
지방 대형병원에 이어 서울·수도권 대형병원의 응급실마저 의사 부족과 과부하 등으로 심각하게 파행 운영되고 있다.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절반가량 의사의 사표 제출로 운영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전문의들의 피로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19 재유행과 무더위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 개원 시간에 맞춰 줄을 서야 하는 ‘소아과 오픈런’ 등을 막기 위해 의료 개혁이 시작됐는데 의정 충돌 장기화로 의료 공백은 외려 더 심화하고 있다.
의료 현장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까지 자리를 비우면 환자들은 누가 돌보라는 것인가.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임금 총액 대비 6.4%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와 남아 있는 의사, 병원 등 모든 관계자들이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보건의료노조원들은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요구를 자제하고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코로나19·온열 환자 속출로 추석 연휴가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 근로자까지 파업에 나서면 환자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 받게 된다. 최악의 의료 대란을 막으려면 병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도 응급실 운영 지원, 필수 의료 인력 확보 등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간호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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