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수백 발의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춘 이스라엘 군대가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있다면서도 헤즈볼라의 무장 수준과 전투력 역시 만만치 않아 전면전시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헤즈볼라의 전면전 선언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을 끌어들일 수 있어 더 넓은 중동 지역을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을 ‘서방의 첨단 하드웨어와 무기로 강화된 중동의 가장 정교한 군대’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비국가 행위자’가 맞붙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진 군대 중 하나로 꼽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이며 F35 전투기와 같은 미국산 무기와 최고급 방공 장비 및 여러 새로운 무기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원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나라로 하마스와 분쟁 이후 최소 125억 달러(약 16조 5000억원)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 자체 탱크와 장갑차, 미사일 및 드론을 생산하는 국내 무기 산업도 정교하게 육성된 상태이며 비공식적이지만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전면전 갈등이 터질 경우 레바논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스라엘 역시 적지 않은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못지 않은 전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 CSIS 싱크탱크는 헤즈볼라가 정밀 유도 미사일과 무장 드론,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을 포함해 12만~20만 개의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본토 깊숙이 감시 드론을 보내 군사 시설 영상을 촬영한 바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이란산 지대공 미사일을 처음으로 사용해 이스라엘 전투기를 후퇴시키기도 했다. 분석가들은 헤즈볼라가 2만~4만 명 사이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지만 헤즈볼라는 약 10만 명이 있다고 주장한다.
레바논의 분석가 카셈 카시르는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 이후 비축한 미사일 약 5000발을 배치한 동시에 장거리 무기를 포함한 최첨단 발사체 중 상당 수를 예비로 보관했다”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거의 매일 이스라엘에 대해 포격을 해왔지만 보유한 군사, 물류 용량의 10%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중동 안보 수석 연구원인 에밀 호카엠 역시 “서방 정보부와 이스라엘 분석가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0일 동안 하루 최대 3000개의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으며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짚었다.
헤즈볼라의 움직임은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및 시리아 민병대, 하마스 등을 포함하는 ‘저항의 축’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파괴적이다. 채텀하우스 싱크탱크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오늘날 전쟁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간의 갈등을 넘어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의 다른 구성원들이 개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는 전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중동으로 영향을 미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CSIS의 수석 부사장인 세스 존스 역시 “전면전 발생시 이스라엘 군대가 특정한 몇몇 지역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모든 지역을 방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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