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차체를 단번에 찍어내는 첨단 제조시설인 하이퍼캐스팅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울산 북구청과 원팀을 이뤄 단 두 달 만에 공장 건축허가를 매듭 지으며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새 공장이 구축되면 수많은 철판을 이어붙이지 않고도 차체를 제조할 수 있어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일 울산 북구청에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짓기 위한 착공 신고서를 제출했다.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의미다. 자동차 골격인 차체를 생산하는 하이퍼캐스팅 공장은 공사비 468억 원을 투입해 울산광역시 북구 명촌동 일대 약 71만㎡ 부지에 지상 3층(9669.2㎡) 규모로 지어진다.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달 건설 작업에 필요한 임시 시설물을 설치하는 가설공사와 터파기·정지작업 등 토공사를 시작으로 공장 건립을 본격화한다. 공장에는 향후 6000톤 이상의 힘을 가할 수 있는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공장 건설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2월 22일 북구청에 하이퍼캐스팅 공장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 두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17일에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장과 같이 대규모 건물의 경우 복잡한 법규와 관련 부서 및 기관의 협의 문제로 건축허가까지 길게는 1년 넘게 소요되는 반면 하이퍼캐스팅 공장은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북구청은 현대차와 원팀으로 움직이며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국내 대표기업의 미래차 경쟁력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끌어내려면 속도감 있는 신공장 구축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울산에 있는 현대차 공장은 모두 지어진 지 30년을 넘긴 노후시설로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확대와 품질 개선을 위해선 하이퍼캐스팅 공장과 같은 첨단 제조시설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북구청 관계자는 “공장을 새로 세우려면 통상 20개 넘는 관련 부서의 협의를 거치기 때문에 인허가가 늦어지는 일이 발생한다”며 “현대차 하이퍼캐스팅 공장의 경우에는 관계부서와 현대차 간 의견 공유와 미비점에 대한 보완이 원만하게 이뤄지며 소요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북구청은 지난해 11월 첫삽을 뜬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과 관련해서도 소속 공무원을 현장에 직접 파견하고 인허가 실무를 지원하며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는 내년 8월 말 하이퍼캐스팅 공장 건설을 마친 뒤 2026년부터 차체 생산에 돌입한다. 하이퍼캐스팅은 대형 틀에 알루미늄을 넣고 강한 압력을 가해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공법에 해당한다. 현대차 하이퍼캐스팅 공장에는 향후 6000톤 이상의 힘을 가할 수 있는 기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이퍼캐스팅은 수많은 금속 패널을 용접·조립해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차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수를 줄이고 용접·조립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품질 불량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의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한 미국 테슬라는 부품 기준 생산 단가를 40%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체 공장에서 용접·조립을 담당하는 로봇을 걷어내며 공간의 20%를 절약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자사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이퍼캐스팅 공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새 공법으로 가벼운 전기차를 생산하고 전비와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등 차량 성능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현재 건설 중인 울산 전기차 공장은 2026년 1분기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GV90 양산을 목표로 하는데 해당 차량에 하이퍼캐스팅 공법이 최초 적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퍼캐스팅 적용 차종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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