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글로벌 자금이 동남아 신흥국들로 몰리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 덕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는 가운데 미 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가 본격화하며 캐리 트레이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요 동남아 국가들의 증시는 이달 중순 이후 일제히 고점을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21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종합지수도 최근 약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금융회사 필립캐피털 산하 필립증권리서치의 폴 추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말레이시아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9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음 달 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발언으로 쐐기를 박은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3일 100대로 지난해 7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MSCI가 산출하는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지수는 23일 기준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주가 상승과 통화 강세가 겹치면서 MSCI가 산출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가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8월에만 6%가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상승 폭(2%)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남아프리카와 브라질 등을 제치고 신흥국 가운데 동남아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7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는 내년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로 둔화되는 반면 말레이시아 4.4%, 인도네시아 5.1%, 필리핀 6.2%, 인도는 6.5%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 브라질(2.4%), 남아프리카공화국(1.2%), 나이지리아(3.0%)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또 닛케이는 “동남아시아는 미중 대립을 배경으로 한 공급망 재편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거점을 중국이 아닌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인 동남아시아에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동남아시아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 전망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로 표시된 신흥국의 채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의 통화를 매수하는 요인이 된다. 뱅상 모르티에 아문디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도 등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의 내수 확대가 전망될 뿐 아니라 미국 주식 대비 아직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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