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 소식에 이어 북아프리카 산유국인 리비아가 원유 생산 및 수출을 중단했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3% 급등했다. 석유 공룡인 미국 엑손모빌은 최소 2050년까지 현재의 석유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며 공급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오일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2.59달러(3.46%) 급등한 배럴당 77.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0월물이 전장 대비 2.41달러(3.05%) 상승해 배럴당 81.43달러로 마감했다. 약 2주 만에 최고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지난 주말 수백 발의 발사체를 주고 받는 등 무력 충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리비아가 25일 석유 생산과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도 공급 리스크를 부각했다.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2023년 원유 생산량이 하루 116만 배럴에 달해 나이지리아(124만 배럴)에 이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으로 꼽힌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의 장기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동부 정부와 서부 정부로 분열된 상황이며 최근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두고 갈등을 벌였다. 동부 정부의 지지를 받는 현 총재를 서부 정부가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리비아 정부의 핵심 수입원인 석유 수출 중단이 선언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원유 수요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이 높게 관측된 것도 원유값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FT는 이날 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이 발표한 글로벌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인구가 증가세를 지속해 2050년까지는 총 에너지 사용량이 15% 증가할 것이며 하루 1억 배럴의 글로벌 석유수요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원유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4배로 급등하는 ‘오일 쇼크’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엑손모빌은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자동차 휘발유 수요는 4분의 1로 줄겠지만, 제조업과 석유화학 생산을 비롯해 선박·트럭·항공 등 대형 운송 관련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엑손모빌의 전망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관측치와는 엇갈린다. IEA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성공할 경우 2050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5480만 배럴로 현재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지난 6월 “석유업체들이 현재 수준으로 생산량을 느릴 경우 세계는 10년 안에 막대한 공급 과잉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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