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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인가 가짜인가…AI가 녹아든 '클래식 선율'

세종 솔로이스츠 창단 30돌 맞아

AI 접목 '플로우 심포니' 세계 초연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토드 마코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플로우 심포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솔로이스츠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프랭크 황(왼쪽부터), 다니엘 조, 데이비드 챈, 앤드류 완 바이올리니스트 겸 악장이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솔로이스츠


‘실제로 흐르는 강의 물소리인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소리인가’

24일 세종 솔로이스츠의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제7회 ‘힉엣눙크! 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자리를 가득 채운 2500여명 관객들의 ‘듣는 귀’를 실험하는 특별한 공연이 마련됐다. 현대 작곡의 최정점에 서 있는 토드 마코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날 ‘플로우 심포니’를 세계에서 처음 선보였다. 물소리와 현악기의 소리가 섞여 있는 음악 속에서 관객들은 어디까지가 실제 강의 소리이고 현악기 소리인지,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소리인지 구분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15분 분량의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실 어디까지가 진짜 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코버 작곡가는 “이번 곡의 편성은 현악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전자 장치, 인공지능(AI) 장치 3요소가 함께 이뤄졌다”며 “실제 강의 소리를 오케스트라에게 이를 들려주고 반응한 것을 바탕으로 또 한 번 AI와 대화를 통해 일종의 패턴을 만들어 나온 음악을 함께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버몬트의 산악 지역에 위치한 마을에서 지내다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강의 물소리를 통해 풍성한 대위법과 리듬을 발견했다. 이를 녹음해 세종 솔로이스츠 단원들과 함께 악기의 언어로 ‘번역’했다. 이후 AI를 통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음향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토드 마코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플로우 심포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솔로이스츠


흥미로운 점은 소리의 길이와 복잡도, 느낌 등을 맞춤형으로 지정해 듣는 사람마다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코버 작곡가는 “이미 세계적인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유통되는 음악의 30%가 AI로 만들어졌을 정도”라며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게 음악 시장에서 AI가 접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지휘자 없이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주축이 돼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이비드 챈(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앤드류 완(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다니엘 조(함부르크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모두가 각 오케스트라의 악장(콘서트 마스터)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무대 구성이 가능했다. 이날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김택수 작곡가의 ‘네 대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부제 with/out)’이 아시아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됐다. 군중 속 고독을 주제로 ‘정반합’을 거듭하며 운명 공동체로서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한 3악장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네 명의 악장은 개성만큼이나 활을 쓰는 모습도 달랐지만 저마다 선율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기 드문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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