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 등 다른 동맹을 상대로도 방위비 인상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참모로 일했던 유력 인사 238명이 정통 보수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 국가방위군협회 총회 연설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로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를 지출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토는 2014년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을 합의했지만 아직 32개 회원국 중 10여 개국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는 대부분의 나토 국가가 국방비를 30%가량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들의 (국방비) 숫자를 보면 우크라이나에 쓰는 돈 때문에 그 액수가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은 우리보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1500억 달러(약 199조 5600억 원)를 더 지출했다”며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2월 나토 회원국들이 군비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경우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2기에서는 한국 등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현재 내년 말 만료되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연장하기 위해 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조지 H W 부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밋 롬니 상원의원 캠프에서 참모를 맡았던 유력 인사 238명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주장으로 정통 보수파 당원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후보 간 첫 TV 토론이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을 앞두고 주최 방송사인 ABC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면서 토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ABC뉴스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자신을 비난한 패널을 거론하면서 “왜 내가 이 방송사에서 해리스를 상대로 토론을 해야 하느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양측은 토론을 앞두고 ‘마이크 음 소거’ 규칙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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