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저임금 근로자를 돕는 생활안정자금 융자(대출) 예산을 사실상 두 배로 늘렸다. 안정자금은 올해 예산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현장 수요가 높은 생계 대책이다. 건전 재정 기조를 지키면서 안정자금 예산을 크게 확대한 고용부의 정책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8일 고용부에 따르면 내년 고용부 예산안에서 안정자금 규모는 915억 원으로 올해 대비 30억 원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증가율은 3%로 고용부 전체 예산 증가율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고용부는 안정자금 30억 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관리한다. 주로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쓰이는 이차보전 방식이 안정자금에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차보전은 고용부가 민간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이 기관이 대출을 하는 방식이다. 이 때 대출 이자금을 30억 원까지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5% 대출 이자 중에서 3%를 30억 원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안정자금 대출 상한이 50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30억 원으로 1000억 원의 대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용부의 내년 안정자금 예산은 915억 원이 아니라 사실상 1885억 원(30억 원 제외)가 된다. 이 덕분에 안정자금 혜택 인원도 올해 2만1000명에서 내년 3만6000명(목표치)으로 크게 증가한다.
고용부가 이차보전 방식을 선택한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안정자금은 현장 수요가 워낙 높다. 올해 예산 885억 원 가운데 상반기 예산이 모두 소진될 정도다. 고물가로 인한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난이 그만큼 심하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부는 3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 상황이다. 또 이차보전 방식은 고용부가 직접 예산을 늘리지 않으면서 예산을 크게 늘린 효과를 내면서 건전 재정 기조도 지킨 셈이 됐다.
관건은 고용부가 어떤 민간 금융기관과 어떤 방식으로 안정자금 협약을 맺을지다. 고용부는 현재와 같은 안정자금 대출과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모두 신용조건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민간금융기관 대출은 고용부가 신용보증을 하지 않는다. 이를 이유로 민간금융기관이 대출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할 가능성도 있다. 안정자금과 같은 공공을 위해 어떤 민간금융기관이 나설지도 관심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정자금이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필요한 대책인 점을 잘 안다”며 “금융기관과 협약을 통해 기존 대출과 조건을 거의 동일하게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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