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동남아 접경 지역에서 한국으로 가려던 탈북민 15명이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고 북한 인권단체가 밝혔다. 통일부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탈북민을 보호하고 강제북송을 막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중국에서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과 동남아 접경 지역인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탈북민 15명이 21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북한인권단체 겨레얼통일연대에 따르면 체포된 탈북민들은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에서 모인 여성 13명과 어린이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두 조로 나뉘어 쿤밍에 도착했으며, 21일 저녁 동남아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쾌속정을 탈 예정이었다. 중국 브로커는 쾌속정 탑승 직전 먼저 탈북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강가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했지만 중국 공안의 매복에 걸려 전원 체포됐다는 게 단체 측 설명이다.
단체 측이 제공한 3초 분량의 영상에는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해가 져 사방이 어두운 강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RFA 영상 속 장소가 쿤밍 지역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윈난성은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쿤밍은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탈북민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유지다. 탈북은 북한→중국→동남아 국가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로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중국 공안이 동남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잠복해 있다가 탈북민 그룹을 덮쳤고, 탈북민들과 연락하던 국내 관계자들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RFA는 전했다.
이들을 돕던 기독교 선교회 관계자들은 “중국 공안 당국이 이미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고 매복한 것으로 보아 탈북민 15명 가운데 중국 공안과 연계된 스파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 당국은 과거에도 탈북민 대열에 위장 탈북자를 잠입시켜 체포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탈북민들은 현재 지린성 등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일행 중 동생이 있는 한 탈북 여성은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에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통일부 등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민간단체와 소통하고 있으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계신 동포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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