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차지했던 경제 및 범죄 분야에서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카멀라 해리스 캠프에서 경제 이슈를 부각하면서 민심이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핵심 정책 이슈인 경제 및 범죄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가 약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23~25일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경제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응답자의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40%는 해리스 부통령의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7월 말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포인트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오차범위(±4%포인트) 내 접전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범죄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답변이 5%포인트 더 많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해리스 캠프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검사 이력을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운용 실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존재감 없는 2인자’에 머물렀던 상황이 외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산층 출신인 자신이 억만장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고물가 속 서민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적극 부각하고 있다.
CNBC는 “트럼프와 해리스 캠프 모두 상대편을 경제적으로 위험한 나라로 묘사하며 높은 생활비에 지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해리스 캠프가 경제적 의제를 펼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유권자들이 팬데믹 이전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누렸던 경제 호황에 대한 장밋빛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예산안이 해리스 부통령 예산안의 5배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초당적 연구 그룹인 펜와튼예산모형(PWBM)이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안은 향후 10년 동안 연방 재정적자를 5조 8000억 달러(약 7766조 원)까지 늘릴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해리스 부통령의 예산안으로 추산한 재정적자 규모(1조 2000억 달러)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다음 달 2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합동 유세를 열고 경합주 승부의 열쇠를 쥔 노동자층 표심 잡기에 나선다. 그동안 기자회견 등 언론과의 직접 소통을 꺼려온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CNN과 인터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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