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끝낼 종전 방안을 미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적 대책과 경제적 대책, 세계 안보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치를 이용한 ‘강력한 패키지’”라고 종전 방안에 대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종전안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경쟁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종전 계획은 러시아가 침략전을 멈추고 물러서도록 압박하는 ‘승리 계획’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급습 등 군사적 전략도 청사진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점령과 잡아들인 대규모 러시아 포로가 언젠가 시작될 정전협상에서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적 대책으로는 전략적 중립 외교 노선을 띠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비서구권 국가)를 움직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를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국가 가운데 한 곳에서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가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국과 협력 관계에 있는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의 개입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전황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몰아내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조금씩 계속 진군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영토 5분의 1에 달하는 점령지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4개주에서 철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추진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4개 주 일부를 점령하고 합병을 선언한 바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영토 포기’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종전 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종전 방안이 공개되면 2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서방의 전쟁 피로감이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