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 복귀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을 “대안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여권 갈등을 부추겼다. 의료 공백이 확산될 위기 상황에서 의정 갈등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부각해 당정 갈등을 부채질하는 한편 민생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이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의 유예안은)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최근 정부에 제시한 2026학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두둔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정부를 향해 “그(유예) 문제를 포함해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윤·한 갈등’ 재점화를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발생한 균열 조짐이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이슈에서 분출된 만큼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해온 이 대표로서는 의정 갈등에 대한 대안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 기회까지 잡으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정부를 향해 “의사 정원 2000명을 늘리겠다는 근거가 대체 뭔가”라며 “5년 안에 1만 명을 늘리겠다 할 게 아니라 10년간 (증원 규모를) 분산할 수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연장선으로 민주당에서는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이 여야 대표 회담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두 정치 지도자가 만나면 최근 큰 현안으로 대두되는 의료대란 문제도 당연히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연기된 여야 대표 회담은 9월 초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대표들이 9월 1일 만난다고 (들었다)”며 “의료 갈등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 이제 저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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