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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이오 지원, 아쉬운 부처간 경쟁

박효정 바이오부 기자





보건복지부 9927억 원, 산업통상자원부 1283억 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이라고 이름 붙은 항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선도형 R&D 예산 4조 3200억 원에도 인공지능(AI)·반도체 등과 함께 바이오 지원이 포함됐고 중소벤처기업부에도 바이오 중소기업 R&D 예산이 배정됐다.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 예산이 증액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생 산업인 바이오의 주무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가족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가 바이오 관련 사업을 하는 중이라 기업은 어디서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찾는 과정에서 큰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각 부처가 서로 성과를 내려 경쟁하고 있어 예산 낭비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인 바이오 USA에서 복지부와 산업부가 경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복지부가 여는 행사와 산업부가 여는 행사가 같은 ‘K바이오’ 이름을 걸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리면서다. 한국 바이오 기업에 관심을 가진 글로벌 투자자는 어느 행사를 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와 산업부는 국내 바이오 관련 전시회도 따로 개최한다. 복지부는 5월 ‘바이오 코리아 2024’를, 산업부는 7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4’를 열었다. 글로벌 기업과 실질적인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복수의 국제 컨벤션이 열리는 것은 기회라기보다는 자원 낭비에 가깝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위원회에 바이오 R&D 예산편성권이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위원회의 주도적·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신속히 마련돼야 하지만 입법 논의는 더디다. 글로벌 후발 주자인 한국 바이오 산업의 도약을 위해 부처끼리 경쟁하기보다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정부 역량을 최대한 결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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