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공백 문제에 놓인 전남 곡성군에 어린이를 위한 ‘소아과’ 진료가 생긴 사연이 27일 전해졌다. 소아과 전문의 진료는 1960년 전문의 제도가 시작한 이후 곡성에서는 처음이다.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매주 화·금요일 2차례 곡성군 옥과보건지소를 찾아와 지역 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료를 진행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식을 전해 들은 김형석·이수민 씨 부부는 이날 열이 나는 13개월 아들을 품에 안고 부리나케 보건소를 찾았다.
지금까지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대도시 병원을 찾아다녀야 했던 김씨 부부에게는 ‘구세주’와 다름없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육아·복지 정책은 없다는 것이다.
김씨 부부는 “대도시 병원에 가도 오랫동안 대기해야 해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나기 일쑤였다”며 “어린 자녀일수록 예방접종 등 병원에 갈 일이 많은데 가까운 곳에 소아과가 생겨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대도시에서도 만나기 힘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곡성군까지 초빙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인 결과다.
곡성군은 지역 공공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향사랑 기부금 지정 기부로 사업비 8000만원을 모았다.
의료 공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곡성 출향민들은 십시일반 기부금을 내놓으며 모금 목표액을 5개월 만에 달성했다.
소아과 전문의도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에 공감하며 곡성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가 소속된 병원에서도 배려해줬다.
양헌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광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면서 멀리서부터 오는 어린이 환자와 부모를 볼 때마다 지방의 의료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곡성의 아이들이 원활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곡성군은 소아과 전문의를 채용해 상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비 2억 5000만원을 목표로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곡성군 관계자는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숙원이었다”며 “지역의 의료 여건을 개선하고 군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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