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작가 차인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한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59회 ‘잊고 살면 안 되는 것’ 특집에 출연해 “배우 겸 소설가”라며 수줍게 자기소개를 한 후 소설 집필 과정을 진솔하게 전했다.
이날 MC 유재석이 “뉴스 보고 ‘이게 무슨 일이야’ 했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네자, 차인표는 “저도 어안이 벙벙하고, 어리둥절했다”고 답했다. 유재석이 “소식 듣고 주위에서 축하한다고 연락 많이 했을 것 같다”라며 궁금해했다. 차인표가 “뭐 축하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실 제가 제일 놀랐을 거 아니냐?”라고 받아쳤다..
차인표는 필독서 지정과 관련, 옥스퍼드대 측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교수님이 연락해서 ‘3, 4학년과 석박사 학생 교재로 쓰고 싶은데 허락하겠느냐’고 제안하길래 감사하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교재로 선정되면 옥스퍼드라는 도시가 43개의 독립적인 칼리지가 모인 곳이 옥스퍼드다. 칼리지마다 성처럼 문을 닫으면 성 같다. 칼리지마다 도서관, 교회가 있는데 그곳에 다 이 책을 두겠다고 43권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드렸다”고 설명했다.
차인표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로 1942년 캄보디아로 끌려갔던 ‘훈 할머니’가 55년 만에 고향을 찾은 장면을 보고 소설을 쓰게 됐다며 “1997년 8월 4일이었다. 신혼 때였는데 집에서 TV로 뉴스 생중계를 보는데, 김포공항 입국장 문이 딱 열리니까 자그마한, 머리는 짧고 두꺼운 안경을 쓴 눈이 동그란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일본군 위안부로 캄보디아까지 끌려갔다가 정글에서 발견된 한국의 훈 할머니였다.
차인표는 “위안부로 1942년에 끌려가셨다가 55년 만에, 돌아가시기 전에 고향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돌아오셨다. 한국말도 다 잊어버리셨는데 ‘아리랑’을 더듬더듬 부르시더라”며 “그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일을 당했잖나. 그 역사를 생각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 슬픈 감정과 일본군들에 대한 분노, 우리 여성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 등이었다. 그런 감정이 교차하면서 몇 달 동안 진정이 안 되다가 ‘내가 이걸 소설로 한 번 써 보자’ 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소설을 10년이 걸려 완성했다는 차인표는 “소설 작법도 몰라 뒤늦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학하고 책을 사서 읽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다”는 그는 집필 기간 동안 어머니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차인표는 또 해당 소설에 대한 소개를 위해 옥스퍼드 대에서 강연하는 날, 공교롭게 일왕부부가 옥스퍼드를 찾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굉장히 큰 행사가 있었다. 일본 왕 부부가 그날 옥스퍼드에 오셨다. (강연 당시) 북받쳐 올라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그런 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 앞으로 좀 더 챙겨봐야겠다’는 분들도 계셨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하게도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학교에서도 연락이 와서 한국학과 교재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셨다. 또 판권 문의에 제일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라고 한다”며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데 하필 왜 나일까 생각했을 때 잘 써서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썼기 때문이었고 그 소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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