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사이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력이 역전됐다는 장기 추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군사 전용이 가능한 핵심 기술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 ‘기술 독점’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국과 미국·영국·호주·일본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9일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국가별 첨단기술 연구 경쟁력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AI 등 총 64개 중요 기술 중 90%에 가까운 57개 분야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논문 중 인용수가 많은 상위 10%를 분석해 국가별 비율을 산출했다. AI와 양자, 방위, 우주 등 64개 기술을 대상으로 ‘논문 인용수’를 기술 경쟁력 지표로 봤다. 20년 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2003~2007년 5년과 2019~2023년 최근 5년 수치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미국은 2003~2007년 5년간 64개 기술 중 90% 이상인 60개 분야에서 경쟁력 1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5년 동안에는 7개 분야에서만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개에서 57개로 1위 기술 수가 크게 증가했다. ASPI는 “중요한 방위 기술을 둘러싼 혁신이 중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독점 ‘고위험’ 우려 대상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ASPI는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선두 국가와 2위 국가 간의 연구 성과 격차 등 한 국가의 영향력과 집중도를 고려해 각 기술의 독점 위험 수준을 ‘저·중·고’로 나눈다. 고위험일수록 기술 접근의 제한, 글로벌 공급망 악화 등의 우려가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분류 기술 수는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24개로 뛰었다. 새롭게 ‘고위험’으로 분류된 기술들 중에는 레이더, 위성 위치 및 항법, 첨단 항공기 엔진, 드론, 군집 및 협업 로봇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군사 및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술들이라고 ASPI는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경쟁력 역전도 부각됐다. 한국은 최근 5년 기준으로 64개 기술 중 24개 기술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었으며 주로 AI와 에너지·환경 관련 부문에 집중됐다. 일본은 TOP5 진입 기술이 8개에 그쳤다. 2003~2007년에는 일본이 32개, 한국이 7개로 반대였다.
기관 순위에서는 중국과학원(CAS)이 31개 기술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CAS는 에너지·환경 기술, 첨단 소재, 양자·국방·AI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IBM이 양자컴퓨팅 분야 1위, 구글이 자연어처리(NLP) 분야 1위 등을 차지했으며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각각 7위와 8위에 올랐다.
ASPI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우위를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며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력체 ‘AUKUS(오커스)’와 한국·일본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특히 드론 개발에 응용 가능한 자율 시스템과 로봇 공학을 언급하며 “AUKUS와 긴밀한 파트너인 한국·일본의 연구 성과를 결합하면 중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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