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중국을 방문 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설리번 보좌관과의 첫 회담에서 “중미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면서도 “양국 관계의 안정, 건강, 지속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의 목표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호혜에 입각해 중미 관계를 처리하는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며 “자신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하게 수호하는 원칙 또한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각국은 단결·협력해야 하고 분열·대항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민들은 개방과 진보를 원하지 폐쇄와 후퇴를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두 대국으로서 역사·인민·세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세계 평화 안정의 원천(源)과 공동 발전의 촉진기(器)가 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긍정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중국의 발전을 바라보고, 서로의 발전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과 설리번 보좌관의 회담은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설리번 보좌관이 “경쟁이 갈등이나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재차 확인하면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곳에서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몇 주 안에 시 주석과 소통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전날 설리번 보좌관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회담한 후 “앞으로 몇 주 내에 양국 정상 차원의 전화 통화를 계획하는 것을 포함해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제·무역·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억압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왕 주임의 요구와 관련해 “미국은 미국의 첨단기술이 미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페루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미중 정상이 1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1월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하지 않다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재임 기간 중 한 번도 방중하지 않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된다. 이번 설리번 보좌관의 방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1월에 중국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이후 외교적 교류는 늘었지만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로 양국은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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