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위기에 몰린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을 분리하거나 더 나아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의 오랜 금융 파트너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위기 극복을 위해) 가능한 방안들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다양한 방안에는 인텔이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거나 기존에 계획한 설비 투자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은 올해 2분기 악화된 성적을 받아든 후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그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앞세웠던 파운드리 사업이 분리되거나 매각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의 이같은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단기간에 극단적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신 투자 계획의 일부를 보류하거나 축소하는 등 보수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텔은 주요 사업인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점유율을 AMD에 빼앗기고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문에서는 엔비디아에 밀리는 등 56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인텔은 비용 절감을 위해 100억 달러(약 13조 3600억 원) 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구조조정 계획에는 전체 직원의 15%인 1만 5000명의 대규모 감원, 연간 자본 지출 20% 감축, 4분기 배당 미지급 등의 고강도 방안이 담겼다.
인텔이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CPU 경쟁력을 다시 되찾거나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반전을 꾀하지 못한다면 재정적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사는 자사인 인텔이다. 올 들어 인텔 주가는 60% 가까이 추락하며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10위권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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