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2년까지 매년 39만 3500가구의 신규 주택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1기 신도시(노후계획도시특별법), 뉴빌리지 등 다양한 유형의 정비사업을 지원해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신규 택지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장기 주거종합계획은 ‘주거기본법’ 제5조에 따라 수립하는 주택정책 분야의 장기 법정 계획이다.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 △지방소멸 위기 등 미래 여건 변화를 토대로 향후 10년간 주거정책의 기본 목표와 방향 등을 수립했다.
정부는 우선 2032년까지 연평균 39만 3500가구의 신규 주택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공급을 늘려 주택 시장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추정치는 가구 증가와 소득 증가, 주택 멸실 등을 반영해 산출했다. 정부에서 신규 주택 수요를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연간 9만 94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가 16.4㎢ 필요할 것으로 보고 신규 택지 발굴, 도심 복합개발 등을 통해 택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청년, 신혼부부, 출산 가구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도 활용한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신규 주택 수요와 함께 쪽방, 반지하 주택 등의 대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 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주택 보급률을 현재의 102.1% 수준에서 2032년까지 106.0%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주택 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것으로 주택 재고가 거주 가구 수에 비해 많으면 100이 넘고 부족하면 아래로 떨어진다. 주택 보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늘어나는 가구 수 대비 충분한 물량의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 주택 보급률은 부동산 활황기였던 2019년 104.8%로 정점을 찍고 2020년 103.6%로 하락한 뒤 3년 연속 하락세다. 서울의 경우 2020년 96.0%에서 2022년 93.7%로 줄어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 중이다.
특히 주택 보급률의 주택 수는 한 가구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하는 만큼 △원룸 △쪽방 △반지하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한다. 수요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양질의 주택’만 고려한다면 주택 부족이 더욱 심각한 셈이다.
정부는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이를 위해 △공유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1인 가구와 청년 등 수요에 맞는 다양한 소형 주택의 공급 기반을 조성하고 공유주택 등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해서는 주거 기준 등 제도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규제가 아닌 지원 대상으로 전환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도심 내 우량 주택이 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취약 계층 등에 대한 주거 복지 강화를 위해 장기 공공임대주택 수를 현재 180만 8000가구에서 265만 가구로 대폭 늘려갈 계획이다. 연간 약 10만 가구가 신규 공급되는 것으로 청년과 영유아 양육 가구, 고령자 등 수요자 특성에 맞는 공공임대 유형을 개발하고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분양주택도 연간 10만 가구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나눔형 25만 가구 △선택형 10만 가구 △일반형 15만 가구 등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시세보다 70~8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목돈 마련 부담이 없도록 장기 저리 전용 주택담보대출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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