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 총성이 울렸고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잠시 후, 트럼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주먹을 힘차게 들어 올렸고 지지자들은 ‘트럼프’ ‘USA’를 연호했다. 150m 가량의 거리에서 단 몇 mm 차이로 생존한 트럼프, 찰나의 순간 고개를 돌린 덕분에 생존한 이번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신의 개입’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 대선의 향방은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은 더 강해졌다.
트럼프가 또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미국 대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대비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공개한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수지를 불평하며 왜 우리를 증오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냐고도 물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트럼프를 비정상적인 인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의 행동과 수위를 지킬 줄 모르는 발언, 종잡을 수 없는 면모들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정책은 일관적이고 규칙과 시스템에 기반해 있다. 성공한 사업가 출신인 만큼 그는 대단한 전략가다. 트럼프는 광인(狂人)도 아니고, 범인(凡人)은 더더욱 아니다.
신간 ‘신의 개입: 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는 미국 전문가인 저자가 트럼프 당선을 상정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트럼프 재림을 축복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여러 조언을 내놓는다. 그 전제조건은 트럼프의 영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집착하지 않고 부단히 변신하는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도 유연하게 변화해야 함을 암시한다.
책의 방점은 ‘안미경미’에 찍혀 있다. 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노리는 미국에게 중국은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다. 트럼프의 정책 목표는 ‘힘을 통한 평화’이고, 미국의 전성기를 위해서는 중국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각종 관세와 에너지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자는 중국과의 줄타기는 의미가 퇴색된다고 설명하며 “자유민주 국제진영에 적극 참여해 경제 대박을 터트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주한미군 분담금 이슈에 선제 대응과 동시에 안보 무임승차 대신 자주국방으로 리셋하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2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저자는 “트럼프 2기는 한국 지도층이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자주자강의 길로 나가도록 일깨우는 자명종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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