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력 업체들이 반도체 공장 증설 및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세에 발맞춰 대대적인 송전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 전력 회사들은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대형 변전소 18곳을 신설 또는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 중 8곳이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 전력을 단계적으로 낮춰 각 가정과 산업시설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도쿄전력홀딩스는 송배전 사업 담당 자회사인 ‘도쿄전력 파워그리드(PG)’를 통해 2027년도까지 4700억 엔(약 4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송전망을 확충한다. 향후 5년간 산업용을 포함한 송전 설비를 직전 5년에 비해 3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 6월 대형 변전소를 도쿄 동쪽 지바현 인자이시(市)에 새로 지었는데 도쿄전력 PG의 대형 변전소 건설은 24년 만이며 일본 최초의 디지털 변전소다. 도쿄전력 PG가 송배전 시설을 주로 담당하는 다마시·사가미하라시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변전소 확충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가네코 요시노리 사장은 “(이들 지역에) 데이터센터 집적지가 5~6곳 있고 전력 소비 수요는 2033년도(2033년 4월 1일~2034년 3월 31일)까지 700만 ㎾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생성형 AI의 보급으로 서버 한 대당 전력 소비가 10배 가까이 폭증하는 사례도 있어 대규모 전력 공급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변전소 신증설뿐 아니라 노후화된 설비의 정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주도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 시설이 몰리는 규슈·홋카이도 지방에서도 전력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규슈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들어서며 일본 기업들의 생산 시설이 몰려들고 있다. TSMC와 구마모토현은 2027년 가동이 예정된 제2공장에 이어 제3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TSMC가 일본에서 제3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공장 입지는 모른다”면서도 “제3 공장은 첨단 반도체 용도로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규슈전력은 구마모토현 내 2곳의 변전소 증강을 결정했으며 투자액은 100억 엔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홋카이도에는 일본 정부와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출자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세운 라피더스 지토세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홋카이도전력은 2027년께 미나미치토세에 변전소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일본의 전력 소비는 에너지 절약 기기의 보급과 인구 감소로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2023년도를 저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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