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등의 생산이 주춤하면서 올해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112.7로 전달보다 0.4% 줄면서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3개월 연속 감소는 2022년 8~10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6% 줄면서 2022년 12월(-3.7%)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증가했지만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등 내수 지표도 부진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자동차 부품사의 파업, 6월 반도체 생산 호조에 따른 기저 효과 등이 반영된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안이한 상황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4%, 2.5%로 이전보다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꺾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월부터 상승해오다 9월에는 92.9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금리가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도 집값과 가계부채 불안으로 한은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느라 대대적인 내수 부양책을 펴기 힘든 상태다. 세계 경기 둔화, 중동 확전 등 대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회복 중인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물가 상승, 금융 불안 등으로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접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교하고 복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되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담은 ‘K칩스법’, 내수 촉진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현행 24%인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 정도로 낮춰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 위기를 피하려면 규제 혁파, 연금·노동·교육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깨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공법이다. 그래야 민간의 투자와 혁신을 유도해 일자리와 소비를 늘리고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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