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있던 어린아이를 차로 쳤으나 "괜찮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구호조치 사고현장을 벗어나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뺑소니’ 혐의가 인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가졌다.
A 씨는 지난 2022년 12월 5일 오후 5시 30분쯤 화물차로 횡단보도에서 B군(8)이 타고 있던 자전거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지만, 인적사항 제공 등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사고 즉시 B군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B 군이 ‘괜찮다’고 답변하고 자전거를 타고 갔다"며 "피해자의 부상과 치료 정도 등을 보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으로, 비록 피고인이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가 아니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전방주시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판단했다.
검찰은 도주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의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다. 다만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8세 초등학생인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당황한 상태여서 자신의 몸 상태를 판단해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당시의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진료받게 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주거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연락하는 등의 조처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로 피해자가 넘어져 상해를 입었지만,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한 편은 아니고, 피고인의 행위는 전형적인 도주차량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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