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글로벌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에서 리딩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게 목표입니다.”
최윤정(사진)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은 3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에 임상 단계 물질 두 종류 이상, 전 임상 단계 물질을 다수 확보해 탄탄한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 본부장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 SK바이오팜의 3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RPT의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최 본부장은 올 1월에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와 6월 바이오USA에 참석했지만 공식 행사에서 직접 발표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출범한 혁신 신약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며 RPT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 후보 물질 도입과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계약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직접 발표와 질의응답에 나선 것도 RPT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RPT는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환자 몸속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도달한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보내 암조직을 파괴하는 항암제로 일명 ‘방사성 미사일 치료제’로 불린다. RPT는 높은 치료 기대효과를 통해 2030년 112억 달러(15조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RPT 개발사 두 곳을 인수하는 데 약 8조 원을 투자했고, 브리스마이어스스퀴브(BMS)도 RPT 개발사 레이즈바이오를 5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는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블록버스터’가 됐다. 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취급이 복잡하고 동위원소 확보가 어려워 시장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다.
RPT의 원료인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문제는 RPT 치료제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방사성 물질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 전 세계에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선택한 방사성 물질 악티늄(Ac-225)은 알파 핵종으로 플루빅토에 활용된 베타 핵종보다 더욱 원료가 희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 핵종은 베타 핵종과 비교해 에너지가 높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한편 정상조직에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악티늄을 이용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레이즈바이오도 방사성 동위원소가 원활하지 못해 임상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은 RPT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 물질을 추가 도입하고 안정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올 7월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를 통해 SKL35501을 도입,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의 고형암을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RPT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은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의 자회사 ‘테라파워아이소토프스(TPI)’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최 본부장은 “신약 후보 물질은 2033년 신약 품목 허가를 신청해 203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며 “방사성 동위원소는 테라파워와의 계약을 통해 단기간 필요한 개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고 임상에서는 또 다른 원료 업체와 추가적인 계약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RPT 신약 개발 역량의 내재화도 추진한다. 기존 SK바이오팜이 가진 화합물 설계 역량을 RPT 신약 설계까지 확장해나가며 악티늄에 특화된 자체 RPT 플랫폼 기술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앞으로도 RPT 비즈니스 밸류체인들을 갖춰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RPT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중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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