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8월 수출실적은 1월의 18.0%를 넘어 올해 중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출실적 누계로 보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10%를 넘을 게 확실해 보인다. 약 8% 감소했던 2023년에 비추어 보면 올해 수출은 잘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가볍게 보지 못 할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나 보인다. 하나는 2023년의 기저효과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다. 연간으로 8% 감소했던 2023년 수출 부진은 1~7월 중에는 13%나 감소했었다. 따라서 올해 1~8월 중에 수출이 10% 증가한다고 치더라도 증가 효과는 소위 기저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 수출실적도 2022년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8월 말까지 수출은 45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수출실적 467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원가 상승 등으로 수출 가격이 많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2024년의 수출물량은 2022년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저효과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9월 이후 수출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수출 증가율은 –11.5%였지만 10월부터 12월까지는 5.7% 상승세로 반전되었다. 따라서 비록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출 증가율이 10%로 유지된다 해도 9월 이후부터는 수출 증가율이 감소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최근 수출 신장세가 한 두 개 품목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선 주된 이유는 반도체 관련 수출품목 때문이었다. 반도체류의 1월부터 7월까지 수출 증가율은 26.8%로 총수출 증가율 18%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실적은 같은 기간 동안 지난해에 비해 2.8% 감소했다. 특히 무기화학제품은 –44.7%, 철제품 -16.1%, 철강은 –6.1%로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수출이 부진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출이 잘되고 있다는 자만심은 조심스럽게 경계해야만 한다. 2023년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수출이 감소세로 반전될 수도 있다. 또 수출 증가가 반도체 등 몇 개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다른 수출 산업은 수출금액이 오히려 과거보다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해도 가격 상승 효과를 제거하면 물량 증가 효과가 극히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물량 증가 효과가 낮을수록 성장률 증가 효과도 낮고 고용 증대 효과도 낮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이외 산업이 없이는 수출 증가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2022년 11월 시작되어 6차까지 가동되던 수출전략회의를 다시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 꼭 수출 5대 강국, 4대 방산수출국 달성이 아니더라도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반도체 이외의 전통 수출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도록 불을 지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제가 살고 지방이 살고 청년이 살고 미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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