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효능이 없다”고 최종 결론 낸 코감기약 성분이 FDA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표제기)에 여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감기약을 비롯해 안전상비약에 함유된 성분으로 FDA 자문위 발표 당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인접국인 일본도 해당 성분을 표제기에 넣고 있어 제약업계는 한국 또한 해당 성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인 OTC 모노그래프에 ‘경구용 비충혈 완화제’ 성분으로 ‘페닐에프린’ 여전히 포함하고 있다. 페닐에프린은 코 점막의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켜 충혈을 완화하는 기전을 통해 코막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FDA 자문위는 지난해 9월 페닐에프린이 경구 복용 시 코막힘에 효과가 없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에 미국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종합의료서비스기업 CVS는 페닐에프린이 유일한 주요 성분으로 함유된 경구용 감기약을 판매대에서 제외하는 등 제약업계에 파장 일었다. FDA 자료에 따르면 페닐에프린이 함유된 복용약은 2022년 미국에서 2억 4200만개 팔렸다.
이 같은 소식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해당 성분의 유효성 검토에 나선 상태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제약의 '코미시럽', 대우제약의 '코벤시럽', GSK의 '테라플루나이트타임건조시럽', 동화약품의 '판콜에이' 등에 해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동화약품의 '판콜에이'는 안전상비약 중 2종 밖에 없는 종합감기약 중 하나로 식약처가 페닐에프린 성분에 대해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린다면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이 단 1개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FDA가 자문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OTC 모노그래프에 해당 성분을 제거하지 않으며 인허가당국들이 해당 성분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OTC 모노그래프는 전문가 패널이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해 만든 자료로 OTC 모노그래프대로 제조한 의약품은 FDA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가 가능한 일종의 제조 ‘레시피’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검토 착수했던 일본도 여전히 경구용 코감기약 표제기에 해당 성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시 FDA도 해당 성분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입으로 복용했을 때 충분한 양이 도달하지 않아 경구용에 한정해 효과가 없다고 한 것”이라며 “그 외 안전성 등에는 문제가 없다 보니 제조기준은 그대로 두기로 한 듯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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