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 없이 현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투쟁을 유지하기로 31일 결정했다. 의협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방안 논의는 물론 투표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사실화되지는 않았다.
의협이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대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189명(총원 242명) 가운데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임현택 회장 등 현 회장단이 의대 증원 저지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비대위가 투쟁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도였지만,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다만 임 회장에 대한 불신인 움직임이 있는 데다, 전공의들이 임 회장 체제에서는 의협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의협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28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동의를 받고 있는데, 회원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발의된다. “의협이 임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중인 학생에 대해서도 분란만 만들어냈다. 아무런 정책도 사업도 없는 말만 앞세우고 뒷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러움은 회원들의 몫으로 남겨왔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이날 총회에 참석해 “의협과 임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구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겨냥한 참석자들의 강경 발언도 쏟아졌다. 김성근 의협 대의원은 투쟁선언문에서 “대통령이 의대증원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수시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라며 “수시 모집이 정원 확정이라고 미리 (고개를) 떨구지 말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싸움은 선제공격을 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교수들이 힘겹게 버텨오던 대학 병원도 응급 의료부터 무너지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이런 꼴을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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