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계정을 차단하는 문제로 브라질 법원과 불화를 빚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부터 브라질에서 접근이 차단됐다. 브라질 인구 2000만 명 이상이 널리 쓰던 온라인 소통 도구가 국가 명령에 따라 차단되면서 브라질 사회는 ‘이용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거센 공방에 휘말렸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관은 30일 브라질 방송·통신 관련 감독기관인 아나텔(Anatel)에 향후 24시간 이내 브라질 전국에서 엑스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대법관은 또 가상 사설망(VPN)과 같은 수단을 사용해 엑스에 우회 접속하는 것이 적발되는 개인 및 기업 등에는 5만 헤알(약 1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는 반복적이고 의식적으로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무시했다”며 “브라질에서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며 명령 사유를 전했다.
브라질 사법당국과 엑스의 갈등 시작은 4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브라질 대법원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엑스에서 가짜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의 행위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계정 차단 명령을 내렸다. 특히 오는 10월 브라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계정이 유포하는 증오·인종차별 메시지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가) 기존 법원 명령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단 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현지 법률 대리인을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엑스는 전했다.
하지만 엑스와 일론 머스크 엑스 최고경영자(CEO)는 계정을 삭제하거나 정지하라는 ‘검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발하며 17일 현지 사업 철수까지 발표했다. 현지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버텨 “새로운 대리인을 지명하지 않을 경우 하루 2만 헤알의 벌금을 매길 것”이라는 법원의 추가 경고도 받았다. 단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브라질 사법당국은 엑스의 명령 미준수를 이유로 엑스의 폐쇄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일론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의 브라질 금융계좌도 동결 조치했다.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그룹이라는 판단 아래 엑스에 부과된 벌금 납부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브라질 사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엑스 측은 “언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머스크 CEO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법관으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자”,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사이비 법관”, “볼드모트(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같은 독재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지 모라이스 대법관을 향해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그는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올해 있었던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은 21세기 들어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카멀라가 집권하면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11월 대선을 앞둔 민주당을 우회 공격하기도 했다.
브라질 사회는 엑스 차단의 정당성을 두고 분열하는 모습이다. AP통신은 “많은 브라질인들이 다른 SNS를 찾아 나서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우리시우 산토루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SNS 등에 접속하기 위해 VPN을 사용했다”며 “이런 도구가 브라질에서 금지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디스토피아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30일 “브라질에서는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돈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머스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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