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임현택 회장과 집행부 중심 대정부 투쟁을 재확인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을 향해 “끌어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사람은 의대 정원 증원, 간호법 제정 등 각종 사안마다 온라인에서 공방을 벌인 데 이어 공식석상에서도 충돌하며 의료계 내부 분열을 다시금 드러냈다.
1일 의협에 따르면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 찬반투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투표자 189명(총원 242명) 중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의협은 “집행부가 의대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제정 등을 총망라해 사즉생 각오로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며 2025학년도 증원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임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분골쇄신의 각오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저와 저희 집행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비판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 의료와 의사들을 위해 보다 선명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성숙한 회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절벽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며 “단순히 의대정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간호법에 국한된 투쟁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생명불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을 향해 “그만두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앞으로도 임 회장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직접 압박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을 위한 표결을 앞두고 단상에 올라와 “의협과 임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하여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회장과 집행부는 그 역할이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의협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비대위 구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만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의원들이 반발하자 그는 “여기 대의원분들은 의협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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