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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우리가 선도하는 탄소 활용 기술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녹색성장법 '헌법 불합치' 계기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정책 필요

정부 R&D·세제혜택 지원 늘려

탄소 활용기술 산업 전반 확산해야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녹색 성장 기본법의 제8조 1항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이 8조 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 이유는 2030년 이후 감축 목표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감축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에서 경험했듯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후손들을 위한 우리의 더욱 큰 대응 노력을 요구하는 판결이라 하겠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탄소 활용은 중요한 전략이다. 탄소 활용은 공기 중에 있는 혹은 다양한 경로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이를 가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화석원료 대신 CO2를 원료로 연료, 화학물질, 건축 자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는 CO2를 화학적으로 환원해 탄소나노튜브·그래핀·탄소섬유와 같은 탄소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이 물질들은 높은 강도와 전도성으로 다양한 소재로서의 응용이 가능하지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제조 공정은 아직 크게 개선돼야 한다.

오래전부터 연구개발(R&D)이 돼온 탄소 활용법은 CO2를 탄산염으로 전환하는 광물화다. 이 기술은 CO2를 고체 형태로 영구적으로 격리해 오랜 기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다. 또 이를 응용해 건설 산업에서 콘크리트를 경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데 칼슘 실리케이트와 반응해 탄산칼슘을 형성하고 CO2를 영구적으로 격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콘크리트 생산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현재의 화학 산업 가치사슬과 공급망에 보다 더 가깝게 연결할 수 있는 기술들도 다수 개발되고 있고 일부는 대규모로 상용화가 됐다. 먼저 CO2를 합성가스나 메탄올과 같은 중간체로 전환하고 그 후 다양한 연료와 화학물질로 전환할 수 있다. CO2로부터 메탄올을 합성하는 공정은 촉매를 통해 CO2를 수소화하는 잘 확립된 공정이며 CO2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도 잘 확립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개발된 피셔트롭슈 공정도 주목받고 있다. 피셔트롭슈 공정은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혼합물인 합성가스를 액체 탄화수소로 변환하는 일련의 화학 반응들이다. 예전에는 경제성이 문제여서 사용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탄소 중립의 목표를 위해 CO2로부터 합성가스를 거쳐 다양한 길이의 탄화수소를 제조하는 공정으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물학적 기술로는 CO2를 원래 활용하는 미세 조류나 광합성세균 등을 이용해 CO2를 먹이로 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있고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발표했듯이 대사 공학과 합성 생물학을 이용해 원래는 CO2를 탄소원으로 자라지 못하는 미생물들을 엔지니어링해 유용 물질을 생산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상업적 규모로 확대되는 데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R&D를 지원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CO2를 줄이거나 활용하는 기술에 투자하게 해야 한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들과 공정들에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탄소세 또는 배출권 거래 제도에 더해 탄소 활용 기술의 채택을 촉진하는 규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 중립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 김상협 공동위원장이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제 탄소 중립 프로젝트들을 지휘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탄소 중립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세계가 함께 이뤄야 할 탄소 중립,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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