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경제 보복’ 차원에서 수입을 금지했던 대만산 감귤류 과일 수입을 2년 만에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2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은 공지를 통해 “대만 과일 농가의 개선 조치를 종합 평가해 9월 2일부터 유자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관총서는 유해 생물 등이 검출 등의 이유를 들어 2022년 8월 3일부터 대만 지역 감귤류 과일(유자 포함) 수입을 중단한 상태였다.
당시 중국 해관총서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며 수출입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건축 자재와 철강재 제조 등에 쓰이는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했고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의 수입을 막았다. 표면적으로는 대만산 감귤에서 유해 물질, 냉장 갈치와 냉동 전갱이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이유를 들었으나 시기적으로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이뤄진 조치를 두고 ‘경제 보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중국은 순차적으로 수입 재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무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대만산 냉장 갈치와 냉동 전갱이 수입을 재개하고 슈가애플과 파인애플석가 등 일부 과일의 수입을 개별적으로 허용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입 재개 행보가 올해 1월 대만 총통 선거(대선)를 앞두고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중국에 친화적인 중국국민당(국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를 ‘갈라치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이날 해관총서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놓고 “한동안 푸쿤치 국민당 중앙정책회 집행위원장 등과 대만 화롄현 등이 여러 차례 대륙을 향해 유자 수입을 재개해달라는 강한 바람을 제기해왔다”고 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로 민진당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와 ‘대만 독립’ 반대를 견지하기만 한다면, 양안(중국과 대만)은 한집안 사람이고, 한집안 사람의 일은 상의하기도 해결하기도 쉽다”며 “우리는 ‘양안 한집안’의 이념을 견지하며 섬(대만) 안의 관련 당사자와 대만 농산품 수입 사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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