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월세·생필품·임금 등을 동결하는 파격적인 가격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베트남전으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로 5%대까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악했지만 물가고에 시달리던 국민들은 환호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닉슨의 가격통제에 대해 국민의 73%가 지지했다. 이듬해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던 닉슨은 전문가 조언보다 여론을 따랐고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단기적으로 물가는 3%대로 떨어졌고 닉슨은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판매가를 억누르자 생산자들이 공급을 축소하면서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당황한 닉슨 행정부는 60일간 육류·유제품 등의 판매가를 묶는 2차 가격통제에 나섰다. 그러자 가축을 키울수록 손해를 보는 농부들이 ‘생산 파업’에 돌입했다. 텍사스의 한 농장에서 병아리 4만 3000마리를 익사시키는 장면이 TV에 방영되자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물가 급등에 오일쇼크 등 외부 충격까지 겹치면서 1974년 물가는 11%까지 폭등했다. 닉슨의 가격통제 정책인 ‘닉스노믹스(Nixon+Economics)’는 완벽한 실패로 판명났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50년 묵은 닉스노믹스를 되짚는 기사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식료품 가격의 과도한 인상을 금지하는 이른바 ‘바가지 금지법’ 추진 방침을 밝히자 닉슨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멀라가 닉스노믹스를 지지한다’는 사설을 통해 해리스의 시장 개입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시장 혼란을 키우고 경제난을 가중시킨다. 생산과 수요 간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끔 세밀하게 정책을 펴야 물가를 지속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법과 같이 인위적인 가격 개입으로 환심을 사려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만 낳고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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