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갤러리 거고지언이 한국인 디렉터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전해지자 국내 미술계가 술렁였다. 세계적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거고지언이 한국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거고지언은 서둘러 지점을 내는 대신 소속 작가의 팝업 전시를 열고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좀 더 탐색하는 쪽을 택했다.
이지영 거고지언 서울 디렉터는 2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린 데릭 애덤스(Derrick Adams)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지점 설립과 또 다른 팝업 전시에 대해 모두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거고지언의 한국 진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거고지언은 뉴욕, 파리, 런던, 홍콩 등 세계 19개 도시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갤러리다. 지난해 1년 매출이 한국 미술시장 전체 매출을 웃돈다. 이 디렉터는 거고지언의 첫 번째 한국인 디렉터로 독일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 에스더 쉬퍼, PKM 갤러리 등을 거친 15년 차 베테랑이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시장에서는 이 디렉터가 거고지안의 한국 시장 진출을 책임질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거고지언은 당장은 아니지만 한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거고지언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닉 시무노비치 시니어 디렉터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미술계에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다양한 종류의 컬렉터들이 있고, 그들이 아시아 작가 작품뿐 아니라 서양 현대미술 작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컬렉팅을 해 왔기 때문에 탄탄한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상업 갤러리가 아트페어에 참여할 때는 갤러리의 지난해 성과가 중요한데, ‘프리즈 서울’의 경우 한국 컬렉터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있는 컬렉터들과 미술관 관계자들도 관심을 갖는 큰 행사”라며 “(프리즈 서울에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거고지언이 한국에서 처음 여는 소속 작가 개인전이다. 데릭 애덤스는 설치 미술과 조각,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반영한 작업을 하는 작가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주요 예술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브루클린 작업실 주변과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뷰티 매장의 윈도우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작품을 선보인다. 이 디렉터는 “한국에서 여는 거고지언의 첫 전시인 만큼 관객들이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고지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를 선정하고 싶었다”며 “거고지언의 전시에서 한 작가의 개인전을 모두 신작으로 준비한다는 것도 사실 굉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거고지언은 이번 전시 이후에도 한국 미술시장에서 접점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디렉터는 ‘한국 작가 발굴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작가들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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