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꺼낸 ‘계엄령’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에 해당되는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이 정도면 민주당이 모두 수긍할 만한 근거를 갖고 계실 것”이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틈만 나면 계엄령을 입에 올리고 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최근 윤석열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게 저의 확신”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령 선포가 우려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2일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군 인사를) 채워놓았느냐” “최근 방첩사령관 등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느냐, 계엄 얘기는 안 했느냐” 등 계엄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계엄령 주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설사 현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계엄을 바로 끝낼 수 있다. 헌법 77조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카더라’식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과거에 제기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계엄을 검토했다는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도 허위로 밝혀졌다. 이번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계엄령 발언의 명확한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음모론으로 ‘국기를 문란케 했다’는 비판과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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